미성년자 때까지는 수기로 관리하다가, 대학 입학 즈음부터 노션으로 habit tracker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간단한 체크박스 위주로 구성되어서 백준 스트릭을 이었는지, 같은 repetitive한 것들을 빼먹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데,

25년 1/2분기에 우울감이 좀 심했어서 그 기간에 잠깐 tracking이 멈췄었다.
기록말살형을당해서 나도 저때 내가 뭐하고살았는지 진짜 모르겠다... ㅠㅠ

요 몇달간 다시 정신을 차리고 한단계 한단계 쌓아나가고 있는데, 새로 시작하게 됨으로서 느꼈던 점에 대해 나열해본다.
journaling vs habit tracking
23년도에 썼던 habit tracker에서는 일기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거기에다가 뜻깊었던 내용도 적고, 재밌었던것 혹은 힘들었던것 같은것도 꽤나 적혀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journaling과 habit tracking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하는것 같다.
둘다 같은 "기록" 이고 한곳에서 모아서 정리하는게 편하지 않을까?
같은 단적인 생각을 했었는데, 둘의 목적이 다르다는걸 최근 깨달았다.
journaling
15년 즈음부터 수기로 써오던 기록은 이쪽에 더 가깝다. 감정적인 면이나 내가 앞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혹은 그 계획을 포기했다면 왜인지 같은 사고의 흐름을 나열하는 공간인데, journaling은
- 다시 읽기 편한지
-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지(휘발성이 낮은지)
- N년뒤에도 원하는 어떤 시점을 찾아서 쉽게 읽을 수 있는지
- 통계가 무의미하고, 단일 기록을 찾기 쉬운지
같은 부분을 신경써야 하는것 같다. 다시 읽어보는걸 상정하고 쓰는 기록에 가깝기 때문에, 당장 쓸때 조금 불편하더라도 추후 읽기 편하게 기록하는게 나은것같고, 그래서 markdown같은 형태보다는 diagram도 그리고 사진도 넣고 url도 걸고 이것저것 붙여넣는 형태가 적합한 것 같다.
그리고 전체 문서로 통계를 내버리면 생각들이 뭉뚱그려져서 해상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기록해놓은걸 그대로 읽을 방법이 필요하고 되도록 수정되지 않은채 원본을 유지하는게 좋다.
habit tracking
이쪽은 오히려 정 반대에 가까워서,
- 개별 데이터를 오랫동안 보관해서 딱히 좋을게 없고,
- N년뒤에 다시 볼 필요는 없으나,
- 기록하기 압도적으로 편해야하고
- 단일 데이터보다는 전체의 통계를 내기 쉬운지
를 신경써야 하는듯 하다.
아무래도 내가 1년전의 오늘에 백준을 몇문제풀었는지를 굳이 찾아봐야 할 필요는 없고, 혹은 내가 특정 시기에 아침에 잘 일어났는지 아니면 밤샘오락하고 생활패턴뒤집어져서 고생하고 있었는지는 사실 전혀 중요하지 않다.
habit tracking 쪽에서 중요한건 그래서 내가 이걸 얼마나 잘 완수하고 있는가?
에 가깝고, 통계를 잘 내주고 개별 데이터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기록이 귀찮으면 제대로 tracking이 안되기 나름이므로, 기록을 편하게 하거나 기록 자체도 내가 그렇듯 루틴화를 해두는게 좋을지 모르겠다.
굳이 habit tracking을 하고 있는 제일 큰 이유는, 대충 오늘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가 에 대한 KPI로서 기능해준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
꽤나 오랜 시간동안 작성해왔으니, 통계와 비교하면 멘탈이흔들리거나 수면품질이 나빴다던가 하는 일들로 checkbox가 듬성듬성해지는게 금방 눈에 보여서, 누가봐도 오늘안에 못할것같은 일들을
무슨 네 시간 자고서 정신력으로 버틴다 같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

억지로 꾸역꾸역 안해도 되게 해줌. 오히려 그렇게 아득바득 달성한 날 다음날의 checkbox가 더 심각해지는 결과만 만들고, 전체적으로 손해인게 눈에 보이게 되었다.
왜 이런 생각을 했는가
habit tracker를 매일매일 체크하고앉아있는게 상당히 귀찮은 행위라고 생각하고 있어왔기 때문에, 최근에 이걸 어떻게 자동화할 방법이 없을까 같은 고민, 다시말해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기획을 좀 해보고 있다.
기획 과정에서 살이 붙으며 회고도 했으면 좋겠고 journaling도 해줬으면 좋겠고... 같은 생각으로 흘러갔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둘은 분리하는게 깔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걸 같이 묶어버리면
- 기간에 대한 쿼리를 날려서 통계도 확인해보고싶은데
- 막상 그 통계 속에있는 개별 데이터도 찾아보고싶고
- 매일매일이 반복적이고 꾸준히 관리되야 하는데
- 나중에 찾아보려면
특별한 날
같은 extraordinary함도 있어야하고- 실제로 23년 habit tracker는 별점을 따로 매겨서
특별한 날
을 관리했었다...
- 실제로 23년 habit tracker는 별점을 따로 매겨서
모순적인 이야기들을 여럿 해야하는듯
지금 생각중인 기획은 어차피 내가 온라인상에서 뭘 했는지는 scraping을 잘 하면 되니까, cronjob을 돌려서 알아서 체크해서 통계내주는 프로그램 을 구상하고 있다.
딱히 복잡할거 없어서 금방 짤거같은데, 기록하기 편해야 한다
라는 특성상 애플리케이션을 결국 만들어야하는거 아닐까? 싶기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