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 전에
한달에 한개정도의 글을 주기적으로 쓰고자하는 모임에 가입했다. 이번달에는 꽤 바빠서 새로운 글감을 고민할 여유는 딱히 없었던듯 하고, 이전부터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글감이자 스테레오타입의 끝판왕 취업후기를 꺼내서 간단히 정리해본다.
회사와 취업
일단 백엔드 개발자로서 근무한지가 반년정도 지났다. 이제는 어느정도 적응했다고 말할수 있을 법한듯.
일반적으로 취업 후기, 특히 내가 아는 한 개발자 취업 후기에서 말하는건 뭐 면접이 어땠고 포트폴리오 준비를 어떻게 해갔고 같은 내용인거같은데, 그런 내용을 쓰지 말아볼려고 이 글에서는 꽤 노력할거같다.
다들 똑같은 내용만 쓰면 재미없으니까요.
준비를 어떻게 했달까 어떤것들을 해왔는지는 이 블로그에 그간 충분히 기록된것으로 보여서, 연말회고글 위주로 찾아보면 아마 금방 설명가능할것. 일일히 인용해서 가져오는건 손가락만 아프다.
회사를 다니면서 생각의 변화? 새로 느낀 점? 등등을 좀 옮겨보고자 함.
분업이란
회사를 반년정도 다니면서 느낀 가장 큰 감각의 변화는 분업으로 인해 내가 모든걸 다 관여하지 않는다는것. 이게 가장 크게 와닿았던 점인거 같다.
어떤 티켓을 쳐낼 사람이 온전히 나밖에 없는 환경에 있는 경우에는 내가 전체 코드베이스와 어떤 선택의 맥락을 이해하고 있으니까, 의사소통이 본질적으로 불필요했다. 어찌보면 이건 혼자서 FE/BE 둘다 어느정도 할 수 있어서 겪게 되는 문제이기도 한듯.
하지만 분업으로 개발을 하게 된다는것은 필요하다면 나를 대체할 사람이 일감을 언제든 이어서 할 수 있다는 것이고, 각자가 어떤 일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이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그 중에서도 얼마나 보다는 어떤 이 조금 더 중요한 단어 같아서, 같은 회사에 속해서 같은 목표를 볼때 그걸 해결하는 방법이 꽤 많을 수 있는데, 어떤 사람이나 부서가 이 일에 어울리고 리소스가 충분하고 같은 얘기를 하는게 꽤 신선하게 와닿았다.
컴공으로서 일단 뭔가 문제에 봉착하면 개발을 통해 문제를 풀어보려고 시도하는거같은데, 사실 소스코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는 더 좋은 해결방법이 있는 경우가 있고 이런 부분에서 시야가 조금 넓어짐을 느낌.
추가적으로는 학부 대학생 신분으로 팀 프로젝트같은거 할때는 뭔가 이러한 깊은 의사소통이 조금 부족했던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냥 관성적으로 깊은 고민 없이 일감을 라운드로빈 마냥 배분하고 일정을 산정했던 것 같은데, 이런부분이 다소 아쉬운 부분으로 느껴진다.
학부생으로서의 팀플은 투입하는 시간도 부족하고 동기(사실 급여임)도 부족하고 여러모로 직장답지 않겠다만, 다시 학교로 복귀한다면 이런쪽을 좀 의식하고 행동해야 할 것으로 보임.
클로드코드
더더욱 claude code(이하 클로드) 를 쓰는 시대에는.
코드를 작성하거나 이해하기 위한 비용이 꽤 싸진것 같다. 특히 작성보다도 먼저 코드를 이해하기 위한 비용은 엄청나게 싸진것 같다.
나는 근무를 시작한 시점에 이미 클로드가 폭넓게 사용되고 있었고, 회사에서 이전에 경험해본 바 없었던 golang 스택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클로드에게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었던 덕분에 회사 코드베이스에 대한 온보딩이 꽤 빠르게 된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제 어떤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 "문법"을 공부하는건 꽤 불필요해진거 같고, 해당 언어의 철학? 이랄까 그 언어가 목표하는 바와 그것때문에 어떤 제약을 가지게 됬는지 tradeoff를 위주로 보려고 했던것 같다. 그리고 보통 그러한 제약들은 소위 말하는 취준생의 CS지식과 꽤 맞닿아있는 표면이 넓다고 생각.
이러한점에서 CS지식은 역시 계속 공부해야 할 것들 중의 하나가 될 것 같고, 계속 공부해 나가려고 한다. 클로드코드가 생성하는 코드랄까 인간이더라도 tradeoff에 대한 맥락이 주어지지 않은채 블랙박스로 내용만 짜라고 한다면, 아마 가장 간단하고 유지보수하기 힘든 선택을 내리게 될 거 같다. 마치 백준문제 푸는거 같은느낌의 업무를 하게 되겠지.
해결만 하면 되지 선택 자체가 애초에 필요한 것인지? 라 질문한다면 답을 잘 못하겠다만, 적어도 아직 선택이 불필요해지지는 않은거같다.
클로드에 이것저것 적극적으로 plugin을 붙이거나 하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많이 보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다리오 아모데이 씨와 anthropic에 대한 강력한 벤더 종속을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추가적인 플러그인은 거의 안붙이고 사용하고 있다.
빠른 고민
클로드로 개발을 하게 되면서 느낀점은 고민의 속도가 되게 빨라졌다는것?
비단 프로덕트 배포속도가 빠르다 기보다는 오히려 pre-프로덕션 단계에서 더 많은것을 해볼 수 있게 된것 같다. 같은 단위 시간 내에 더 많은것을 구현하고 직접 비교해볼수도 있는 환경에 놓이게 된 것 같고, 코드를 클로드가 빠르게 작성해주는 덕분에 개발 과정에서 코드 작성이 아닌 다른 병목지점도 검토하고 고려할 수 있게 된것 같다.
코드리뷰는 죽었다
같은 말이 나오고 있는 지금은 오히려 pre-code review 느낌으로 실행 계획에 대해 엄밀히 논의한 다음 추진하고 개개인이 프로덕션에 올리는 코드를 신뢰하는 느낌으로 가는 흐름이 꽤 자연스럽다고 느껴지고, 또 맘에 드는것 같다.
후기의 후기
반년전만해도 취준을 하고 있던 사람인데, 반년 전과는 꽤 프로덕트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이나 관점이 바뀌어서 이젠 정말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라고 말해야할지 하나도 모르게 되어버렸다.
당장 나조차도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에 다시 들어오기 위해 면접을 보고 해야한다면 뭐를 준비해야할지 모르게 되어버린듯.
요새 하려는건 뭔가 생각을 좀 깊게 가지고 취미도 깊게 가져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거같다.
뭐 걸리는 시간의 차이라는게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모두가 모든걸 할수 있다면 어떤걸 왜 어떻게 만들어나갈지에 대해 고민하는게 좋아보이므로. 이러한 고민을 깊은 취향과 생각을 통해 만들어 보려고 함.
그렇다보니 만약 취준생 시점으로 뭔가 다시 준비하게 된다면, 모든 활동의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왜 내렸는지를 굉장히 precise하게 트래킹하려고 노력할거같다. 예전에도 나름 합리적인 쪽으로 추진했지만, 제때제때 기록하고 근거를 준비해두는정도까지 오버해도 괜찮을거같다는 생각.

모든 결정은 내려질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결정은 한번 내리면 한달뒤의내가
뭐야 여기는 뭔데 한달전의 나는 이렇게짜놓은거지 싹 밀어야겠네 :blobsob:
가 될 수 있다는점을 유의해야할거같다.
왜 굳이 이걸 만들어야만 하는가? 에 대한 질문이 훨씬 더 가혹해지고 있는 26년이라고 생각. 여러모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게 일인 개발자한테는 힘든 시대인거같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