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에 이사가 있었다.
굳이 이사를 글로 옮겨야 하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이번 이사의 과정에 있는데, 이사의 전 과정에서 부모님의 도움 없이 이사를 결정하고 완료하였기 때문이다.
회사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어른으로서 혼자 결정해야하는것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꽤 많은 고민들을 했었기 때문에 적어보고 싶었다.
장소 선정
이사를 함에 있어서 첫번째로 고민하게 되는것은 어디로 이사할 것인가 이다.
뭐 지난 2년간도 자취방에 있기는 했다만, 그건 이제 기숙사에서 쫓겨나듯이 급하게 잡은거라 장소에 대한 고민도 별로 못해봤었다. 그저 원룸많다는 관악쪽으로 내려갔을 뿐이고, 학교에의 접근성 같은것들을 고려하지 않아서 2년을 꽤나 고생좀 하면서 살았다.

대학교가 국민대학교(좌상단) 이고,
직장이 을지로3가역(좌하단)에 있다는 점에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동네는 역시 우이신설선이 지나는 동네였고, 다른 후보로는 3호선의 녹번~독립문역 구간이 있었다.
물론 이 고민에서 가장 크게 작용하는것은 월세가 비싼 동네이냐 그렇지 않냐 이었고, 을지로 부근은 환승역이 많아 월세가 살벌하다는 생각에 쭉쭉 밀려나서
한성대-길음 이나 제기동, 창신-안암 등등을 후보군에 넣고 보았다.
최종적으로는 내 취미가 오락실가서 버튼두드리기 인 만큼, 한성대입구역 부터 시작하면서 돌아보기로 했었고, 부동산을 돌아다녀본 결과 한성대입구역에서 그대로 방을 잡게 되었다.
한성대입구역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이 외에도 성북천이 지나가는 동네여서 러닝을 해볼만한 환경이 나온다는점도 선택지에 있었다. 낙성대역은 달리기에 매우 불친절한 동네였었기 때문.
꼭 챙기고 싶은것과 포기할 수 있는것
예산이 무한히 많은 상황이라면 이런 고민은 안해도 되겠지만, 한정된 예산을 가지게 되겠다면 필연적으로 고민해야하는것이 어떤것을 챙기고 어떤것을 포기할까 에대한 고민이다.
내가 반드시 챙기고 싶었던것은
- 방의 넓은 크기(물건이 꽤 많은 편으로, 기존 원룸이 답답했다)
- 채광과 환기
- 빨래의 건조가 힘들다는 문제가 있었고, 방이 넓어지면 아예 제습기를 둘 생각이었으므로 1순위는 아니었다.
를 위해서 포기할 수 있는 것은
- 방의 층수 (층이 높을수록 채광이 좋아지는 부가효과가 있다)
- 역과의 거리 (조금 걸으면 된다 판단. 역세권은 오히려 시끄럽다)
- 방의 연식이나 컨디션적인 부분
- 냉난방 관련
- 홈서버덕분에 여름엔 에어컨을 상시가동하고, 겨울에는 난방비가 덜나온다
예컨데 이러한 상황이라면 사실 옥탑까지도 고려선에 들어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이러한 기준을 갖고 찾아본 결과 지금은 건물의 꼭대기층인 5층에 있는 양창 원룸을 잡게 되었다.
계약과 서류처리
방이 결정되었다면 가계약금을 걸고 서류를 준비하면 된다. 서류를 쓰는것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직장을 다니면서 주말에 틈틈히 방을 보고 서류를 고민하고 하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굉장히 체력을 소모하는 일이었다고 생각.
학교다닐적이었다면 공강 요일을 만들 수 있고 저녁까지 수업을 듣지는 않으니 꽤 쉽게 진행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 서류처리 자체야 다루고있는 좋은 글들이 많을거고 그냥 LLM한테 물어봐도 잘 해줄거라 생략.
용달을 구하고 이사하기
방을 구한 뒤에는 당연히 짐을 어떻게 옮길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겠지.
일단 용달을 맡겨야 할까? 포장 / 반포장 등등 다양한 이사 유형중에 어떤게 좋지? 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했어야만 했다.
이제는 옮기고자 하는 것들 중에 20kg정도 되는 1400*750 크기의 모션데스크가 있었고, 그 외에도 32인치 / 27인치 모니터와 한 네대쯤 되는 컴퓨터들 등 부피가 크고 무거운 짐이 제법 되어서 승용차를 사용한 간단한 이사는 불가능하리라 판단.
처음에는 사다리차불러볼까 싶기도 했다만(엘베없는5층이다) 20대의체력으로 똥꼬쇼해보기로 결정, 대학생 주변인중에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수소문해 인력으로 땜빵하기로 했다.
이사당일엔 역시 20대 청년이 많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빨리 끝났던것 같다.
이사 후 가구 선정하기
방이 넓어지게 되면서 기존에 없던 의자나 옷장 같은 꽤 큰 가구들을 직접 구매해야만 했다. 집을 구하는것에 비하면 매우 작은 고민들이지만 어쨌든 고민을 요하는 것이라 이것은 이사한 지금도 계속 고민하면서 하나씩 채워나가고 있다.
주로 퇴근하면 전날 시켜둔 가구조립을 하곤 해서 손목이 시큰시큰하다... 당분간 마이마이는 못할듯 😭
결론
철저하게 혼자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의 과정에서 보통은 고려하지 않을 것들도 싹 다 고민해볼 수 있었고, 여러모로 내 취향에 맞는 방을 결정하고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취향에 맞게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의 이면에는 결정해야만 한다 라는 점이 존재하며, 내가 고민하고 결정내리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나 대신 판단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능동성과 주체성이 요구된다고 느꼈다.
지금 집 외에도 고민하고 있는 점은 주거래은행 과 신용카드를 어디서 어떤 카드로 만들어볼까 라는 내용인데,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도 모두 고민하고 직접 결정해야한다는점에서 어떻게 보면 이런게 이제 성인으로써 요구되는 피곤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예컨데 학생이라면 점심메뉴를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일단 급식을 먹거나 학식을 가서 선택지를 좁힐 수 있고, 장소도 "기숙사"나 대학 근처 동네에서 고르면 되며, 공과금납부는 모두 기숙사에서 처리해주는 등 다양한 결정을 못하게 되는 대신 안해도 되는 상황이 되는데, 더 많은 권리에는 더 많은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에 대해 요새 생각하고 있다.
스스로 고민할게 점점 많아지는것이 어쩌면 독립이라는 걸지도 모르겠다.